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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아물었지만 흉터는 남아 있다

나 솔 2009. 4. 23. 21:25

오랜만에 홀로 앉아 술 한잔 했다

봄바람에 떠 밀려 서산으로 몸을 기우는 햇살을 아쉬운 듯 바라보다

차칸 놈 하나 불러 술 한잔 사 달래야지.....하다가

 

아니 아니....그냥 홀로 앉아 외로움을 즐겨 보자며...........

나를 위해 술 상을 차렷다

근사 하진 않지만.....그래도 나 혼자만의 술상은 그럴 듯 햇다

삽겹살 굽고

싱싱한 상추 쌈에.......알싸한 마늘 쫑....그리고 부추 겉절이.....

이만 하면 나 혼자의 근사한 술상이었다

 

어둠이 잔뜩 깔린 저녁

TV는 지 맘대로 놀으라고 켜 놓았다

혼자서 잘도 떠든다

나 마냥 혼자서도 잘 논다

 

별로 좋아 하진 않지만......쏘주잔을 하나 놓고는.....오른 손으로 따르고 왼손으로 받아 마신다.......ㅎㅎ

한잔 두잔.......그렇게 넉잔은 마셨다.................쓰다

더는 아니 넘어 간다

 

약간의 술기운으로 인해 다리의 힘이 풀리고.....

가슴은 따뜻함이 전해 온다

 

그래....나도 사람이었나 보다

냉동인간인 줄 알았는데............................

얼었던 가슴속에......문득 살아나는 그림을 보았다

클림트의  유디트 같이 황홀한 표정의 ........후훗....웃자

나도 사람이었네

그래....나도 아직은 살아 있음이야

하지만 .............내가 나를 싸늘한 얼음 속에 가둬 둠으로서.........난 나를 잃었고

내 이름으로만 살아간다...푸훗

난 그렇다........누가 나를 ......내 스스로..............울안에.... 담장 안에.......견고한 성안에.....

 

그래

그렇다

난 깊은 상처에 속으로 울음을 삼키며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차가운 냉동 인간이지만

치료 할 줄은 모른다

그냥 바라만 보고 있다....아물 때 까지....

칠푼이다

 

깊은 상처에 흉터만 남아 있음을 바라 보며

아직도...난 어리석게........그 흉터를 만들어 냈던 아픔만을 기억하며

누구에게나 강하디 강하게 보여주려 안간힘을 쓰며 숨기려 한다

여리디 여린 내 맘은 아무도 모르게 하기 위하여......

바보 같은 불쌍한  늙은 여인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