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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의 그림자는 더욱 진하게 서 있나보다

나 솔 2011. 5. 15. 09:26

맑은 날은 그냥 맑음만 보이고

그림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지 않았음이다

맑은 햇살속에 들어 있는 편함만을 보았을 뿐.............

맑음이 있기에 더욱 그림자는 짙어져 잇음을 난 .....알지 못했다

 

엊저녁의 일이다

아들놈 어젠 주말이기에........집에 있다가...친구들의 부름에 오후 시간

술이나 한잔 한다면서........나갔다

(에미 늘상 주의하는 말

많이 취토록은 마시지 말고........)

 

울 강생이는늘 그렇듯이...저녁 시간이 다 되어 집으로 왔다

들어서자....

오빠는?

어....친구 만나러....

그리곤....

반가움에 에미는...울 강생이 왔쪄 하며 가방을 받고는....

둘이서 저녁을 먹었다

 

이런 저런 얘기로 시간을 보내며......있자니...울 아들놈 느지막히...자정이 가까울 무렵 집으로 들어선다

 

술이 많이 취한 모습이다

 

에미는 걱정 스러워......

많이 취했네......이 자슥 물 좀 ....먹어라며......얼른 물 한컵 뜨다 주고는...

 

아들은 ......괜잖아...하며 ...받아 마신다

늘상 하는 짓 에미를 끌어 안는다

 

난 또 나 대로...이 노무시끼......뭔 술을 여지껏 푸고는...하며 잔소리

그러는 사이...울 강생이...오빠 반기지도 않고 그대로 방으로 들어 간다

 

그러려니..하곤......아들놈이랑 얘기 하고 있자니

방안에서......울음 소리 들린다

 

아들이랑 ...나 놀래서 돌아보니....

 

이 무슨...............

 

울 강생이.......이불을 쓰고 울고 있다

 

얼른 울 아가 곁으로 가....끌어 안고는........왜그러냐고 묻고

오빠도 놀래....술이 깨나 보다

왜그래....왜그래...하며 같이  방으로 들어 선다

 

울 아가..........오빠 나가랜다

 

아들놈 나가라고 눈짓을 하고는.....

 

울 아가 끌어 안고는.......무슨일이냐고 재차 물으며.....등을 쓰다듬었다

 

울 아가 울음소리 더커진다

한참을 등을 쓸며 ...가만히 달래 놓곤 물었다

 

왜그래...무슨일이야?

 

응...엄마.....오빠 술 냄새에...옛날 기억이 나......

술 먹으면 무서웠던........아빠의 기억이.....

난 오빠가 .......아빠처럼 될까봐 무서워

난 술 많이 먹은 사람이 젤 무서워....

(울 집에선 아빠라는 단어가....불문률이라....그 단어를 잘 안쓴다...근데...)

 

아니야 오빠가 모처럼 친구 만나 그랬어 오빠는 안그럴거야........괜잖아...하면서도...

나도 말을 잊었다

같이 끌어 안고 가만히....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볼을 타고 내리는 뜨거움이 있었다

울 아가의 등을 쓸며........말을 잊었다

 

그러다가...

 

아가야...그랬구나...

그래...누구나 다 그렇단다

아픈 기억은 오래가고 즐거운 기억은 쉽게 잊혀 진단다

난 ...울 아가가 워낙 지난 이야기 말이 없기에...기억에서 지워진 줄 알았더니....품속에 껴 안고 있었구나.....

여남은살 어릴적 기억이..........아직도 숨어 있었구나

십년이나 해묵은 기억이.........

에미가 ....몰랐네...

상처가 엄청 깊었구나....

울 강생이 좋은 부모 만났었더면 좋았을 터인데....

어쩌다가 에미 곁으로 와 엄청 힘든 마음 다 겪고는.....

 

울 아가는 아가대로...아니야 난 엄마가 제일 좋아...

서로를 아파하며 한참을 ....서로....껴 안고 울음을 토했나 보다

 

그래 강생아....속에 남아 있는 찌꺼기.....다 버려라

버릴수 없더래도....울음으로라도 내 보내라 그래...울어 울고 싶음....

엄마가 안아 줄게.......미안 미안....

 

아니야 엄마....울 아가 눈물이 멎질 않는다

 

맘 여린 아들놈은 또....한참을 ...걱정을 하고

강지야 미안 미안......하더니

 제 방으로 들어가....한참을...흐느끼는 소리 들린다

 

 

이게 ...무슨.........

그래...참 많은 것을 남겨 두고 갔구나

그 화려한 날들의 추억을...............

 

이젠 모든게 지워지고 일상으로 평안함이 들어선줄 알았는데...

아직도

아직도 ........그의 그림자는 진하기만 한가보다

 

난....이제는 해맑은 날인 줄 알았는데

그림자는.......길게 드리워져.........선명하게 남아 있다

저 작은 아이의 가슴에도 아직은...........

 

늘상 어떤일에도 야무지게 대처 잘하기에 생각도 않았건만...............

작은 가슴의 멍울은 아직도 ......풀어지지 않았나 보다

에미는 아직도 더......많이 품어 줘야 되려나 보다

울 강생이............한테 많이 미안

엄마가 미안

울 강생이 땜시...온 식구가 울었던 지난 밤

 

(울 강지..그 와중에도.오빠 걱정 한다......엄마 오빠가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즐겁게 지내야 될텐데......

나 때문에 술 안먹으면 어케해?난 그냥 ....조금씩만 먹었으면 좋겠어.............................

그래 아마도 그럴거야...걱정 말고...엄마가 내일 얘기 할께...오빠한테.....)

 

그래도 이젠 맑음이 더 ...많이 차지한 햇살 가득한 봄날이다

겨울 지나면....찾아오는 봄날

 

아들놈을 위해 술국이나 끓여야 되겠다

근데 무슨 국을 끓이지.....잠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