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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전부

나 솔 2017. 3. 18. 12:03

조선 건국 공신인 삼봉 정도전이 나주 유배지에서 벼슬아치의 잘못됨을 질타하는 농부와 대화 한 내용을 담은 답전부(답전보라고도 읽음)

이글은 고려말  민중의 소리를  6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중요한 글로써 그때나 지금이나 민중이 보는 관료나 정치세력에 대한 안목은 변함이 없음을알수 있다.

현 정치인이거나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볼만한 내용이라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현 정세를 날카롭게 보고있는 전보(田父)가 있음을 정치인들은 잊어서는 알 될것이다.

 

寓舍卑側隘陋(우사비측애루) :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낮고 기울고, 좁고 더러워서

心志鬱陶(심지울도) : 마음이 답답했다.

一日出遊於野(일일출유어야) : 하루는 들에 나가 노닐다가

見一田父(견일전부) : 농부 한 사람을 보았는데,

厖眉皓首(방미호수) : 눈썹이 기다랗고 머리가 희고

泥塗霑背(니도점배) : 진흙이 등에 묻었으며,

手鋤而耘(수서이운) : 손에는 호미를 들고 김을 매고 있었다.

予立其側曰(여립기측왈) : 내가 그 옆에 다가서서 말하기를,

父勞矣(부노의) : “노인장 수고하십니다.”했다.

田父久而後視之(전부구이후시지) : 농부는 한참 후 나를 보더니

置鋤田中(치서전중) : 호미를 밭이랑에 두고는

行原以上(행원이상) : 언덕으로 걸어 올라와

兩手據膝而坐(양수거슬이좌) : 두 손을 무릎에 얹고 앉으며

頤予而進之(이여이진지) : 턱을 끄덕이어 나를 오라고 했다.

予以其老也(여이기노야) : 나는 그가 늙었기 때문에

趨進拱立(추진공립) :  추창해 가서 양손을 포개고 섰더니

田父問曰(전부문왈) : 농부가 묻기를,

子何如人也(자하여인야) : “그대는 어떠한 사람인가?

子之服雖敝(자지복수폐) : 그대의 의복이 비록 해지기는 하였으나

長裾博袖(장거박수) : 옷자락이 길고 소매가 넓으며,

行止徐徐(행지서서) : 행동거지가 의젓한 것을 보니

其儒者歟(기유자여) : 혹 선비가 아닌가?

手足不胼胝(수족부변지) : 또 수족이 갈라지지 아니하고

豐頰皤腹(풍협파복) : 뺨이 풍요하고 배가 나온 것을 보니

其朝士歟(기조사여) : 조정의 벼슬아치가 아닌가?

何故至於斯(하고지어사) : 무슨 일로 여기에 왔는가?

吾老人(오노인) : 나는 노인이며

生於此老於此(생어차노어차) : 여기서 나서 여기에서 늙었기 때문에,

荒絶之野(황절지야) : 거친 들과

窮僻瘴癘之鄕(궁벽장려지향) : 장기(瘴氣)가 가득찬 궁벽한 시골에서

魑魅之與處(리매지여처) : 도깨비와 더불어 살고

魚鰕之與居(어하지여거) : 물고기와 더불어 사는 처지가 되었지만,

朝士非得罪放逐者不至(조사비득죄방축자부지) : 조정의 벼슬아치라면 죄를 짓고 추방된 사람이 아니면 여기에 오지 않는데,

子其負罪者歟(자기부죄자여) : 그대는 죄를 지은 사람인가?”했다.

曰然(왈연) : 나는 답하기를,“그러합니다.”하니,

曰何罪也(왈하죄야) : 그는,“무슨 죄인가?

豈以口腹之奉(개이구복지봉) : 자기의 입과 배를 채우고

妻子之養(처자지양) : 처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

車馬宮室之故(차마궁실지고) : 좋은 거마를 타고 다니고 좋은 집에 살기위해

不顧不義(부고부의) : 불의(不義)를 돌아보지 않고서

貪欲無厭以得罪歟(탐욕무염이득죄여) : 한없이 욕심을 채우려다가 죄를 얻은 것인가?

抑銳意仕進(억예의사진) : 아니면 벼슬을 꼭 해야겠는데

無由自致(무유자치) : 스스로 이를 능력이 없어서

近權附勢(근권부세) : 권신을 가까이하고, 세도에 붙어

奔走於車塵馬足之間(분주어차진마족지간) : 세도가의 거마가 지나는 사이를 분주히 다니고

仰哺於殘杯冷炙之餘(앙포어잔배냉자지여) : 찌꺼기 술이나 먹고, 남은 고기 같은 것을 얻어 먹으려고

聳肩謟笑(용견도소) : 어깨를 움츠리고 아첨을 떨며

苟容取悅(구용취열) : 구차하게 즐거움을 취하는 데에

一資或得(일자혹득) : 애를 썼기 때문에 어쩌다가 한 자리를 얻으니,

衆皆含怒(중개함노) : 여러 사람이 모두 성을 내어

一朝勢去(일조세거) : 하루 아침에 형세가 가버려서

竟以此得罪歟(경이차득죄여) : 결국 이렇게 죄를 얻게 된 것인가?”라고 물었다.

曰否(왈부) : 나는,“그런 게 아닙니다.”하자,

然則豈端言正色(연칙개단언정색) : 그는,“그러면 어찌 말을 단정하게 하고 얼굴 빛을 바르게 하여,

外示謙一本作廉(외시겸일본작염) : 겉으로 겸손하고 청렴한 체하고

退盜竊虛名(퇴도절허명) : 물러나서는 헛된 이름을 훔치고,

昏夜奔走(혼야분주) : 어두운 밤에는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作飛鳥依人之態(작비조의인지태) : 새가 사람의 어깨에서 아양 떨고 있는 것처럼

乞哀求憐(걸애구련) : 애걸하고, 가엾게 보여

曲邀橫結(곡요횡결) : 굽은 자세로 교제하면서

釣取祿位(조취록위) : 녹위(祿位)를 낚아서

或有官守(혹유관수) : 혹 관수(官守)에 있거나

或居言責(혹거언책) : 혹 언책(言責)을 맡거나

徒食其祿(도식기록) : 녹만을 먹고

不思其職(부사기직) : 그 직책은 돌아보지 않으며,

視國家之安危(시국가지안위) : 국가의 안위와

生民之休戚(생민지휴척) : 백성의 근심걱정

時政之得失(시정지득실) : 시정(時政)의 득실과

風俗之美惡(풍속지미악) : 풍속의 좋고 싫음에 있어서는

漠然不以爲意(막연부이위의) : 막연히 뜻을 두지 않아 

如秦人視越人之肥瘠(여진인시월인지비척) : 진나라 사람이 월나라 사람의 살찌고 여윈 것 보듯이 하며

以全軀保妻子之計(이전구보처자지계) : 자기 몸만 온전히 하고 처자를 보호하는 계책으로

偸延歲月(투연세월) : 세월을 보내다가,

如見忠義之士不顧身慮(여견충의지사부고신려) : 만일 충의지사(忠義之士)가 있어서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以赴公家之急(이부공가지급) : 국가의 급한 일에 나아가

守職敢言直道取禍(수직감언직도취화) : 직분을 지키고 바른말을 하거나 곧은 도를 행하다가, 화를 당하게 된 것을 보면,

則內忌其名(칙내기기명) : 안으로는 그 이름을 꺼리고

外幸其敗(외행기패) : 밖으로는 그 패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

誹謗侮笑(비방모소) : 비방하고 비웃으며

自以爲得計(자이위득계) : 스스로 계책을 얻은 듯하였다

然公論諠騰(연공론훤등) : 그러나 공론이 비등하고

天道顯明(천도현명) : 천도가 무심하지 않아

詐窮罪覺以至此乎(사궁죄각이지차호) : 그만 간사한 것이 드러나고 죄가 발각되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인가?”하였다.

曰否(왈부) : 나는,“그것도 아닙니다.”하였더니

然則豈爲將爲帥(연칙개위장위수) : 그는 또,“그렇다면, 장수가 되어서

廣樹黨與(광수당여) : 널리 당파를 만들어

前驅後擁(전구후옹) : 앞에서 몰고 뒤에서 옹위하며,

在平居無事之時(재평거무사지시) :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大言恐唱(대언공창) : 큰 소리로 공갈을 쳐서,

希望寵錫(희망총석) : 왕의 은총을 받아

官祿爵賞(관록작상) : 관록(官祿)과 작상(爵賞)을 뜻대로 이루어

惟意所恣(유의소자) : 자만심이 가득차고

志滿氣盛(지만기성) : 기운이 성하여

輕侮朝士(경모조사) : 조사(朝士)들을 경멸하다가,

及至見敵(급지견적) : 적군을 만나게 되면,

虎皮雖蔚(호피수울) : 깃발이(虎皮) 비록 울창하여도

羊質易慄(양질역율) : 본질이 양이라 겁을 잘 내어,

不待交兵(부대교병) : 교전을 하지 않고

望風先走(망풍선주) : 적의 풍진(風塵)만 보아도 먼저 달아나

棄生靈於鋒刃(기생령어봉인) : 생령(生靈)을 적의 칼날에 버리고

誤國家之大事(오국가지대사) : 국가의 대사를 그르치기라도 하였는가?

否則豈爲卿爲相(부칙개위경위상) : 아니면, 경상(卿相)이 되어서

狼愎自用(낭퍅자용) : 제 마음대로 고집을 세우고

不恤人言(부휼인언) : 남의 말은 듣지 않으며

佞己者悅之(녕기자열지) : 자기에게 아첨하는 이는 즐거워하고

附己者進之(부기자진지) : 자기에게 붙는 이는 들어 쓰며,

直士抗言則怒(직사항언칙노) : 곧은 선비가 말을 거스르면 성을 내고,

正士守道則排(정사수도칙배) : 바른 선비가 도를 지키면 배격하며

竊君上之爵祿爲己私惠(절군상지작록위기사혜) : 임금의 작록(爵祿)을 훔쳐 자기 스스로의 은혜로 만들고,

弄國家之刑典爲己私用(농국가지형전위기사용) : 국가의 형전(刑典)을 희롱하여 자기의 사용으로 삼다가

惡稔而禍至(악임이화지) : 악행이 많아 화가 이르러

坐此得罪歟(좌차득죄여) : 이러한 죄에 걸린 것인가?“

曰否(왈부) : 나는,“그것도 아닙니다.”고 하였다.

然則吾子之罪(연칙오자지죄) : 그러나 그는,“그렇다면 그대의 죄목을

我知之矣(아지지의) : 나는 알겠도다.

不量其力之不足而好大言(불량기력지부족이호대언) : 그 힘의 부족한 것을 헤아리지 않고 큰소리를 좋아하고,

不知其時之不可而好直言(부지기시지부가이호직언) :  이 때가 어떤 때인지도 모르고 바른말을 좋아하며,

生乎今而慕乎古(생호금이모호고) : 지금 세상에 나서 옛사람을 사모하고

處乎下而拂乎上(처호하이불호상) : 아래에 처하여 위를 거스른 것이라면

此豈得罪之由歟(차기득죄지유여) : 이것이 어찌 죄를 얻은 원인이 아니리오.

昔賈誼好大(석가의호대) : 옛날 가의(賈誼)가 큰소리를 좋아하고,

屈原好直(굴원호직) : 굴원(屈原)이 곧은 말을 좋아하고,

韓愈好古(한유호고) : 한유(韓愈)가 옛 것을 좋아하고,

關龍逢好拂上(관룡봉호불상) : 관용방(關龍逄)이 윗사람에게 거스르기를 좋아했다.

此四子皆有道之士(차사자개유도지사) : 이 네 사람은 다 도(道)가 있는 선비였는데도

或貶或死(혹폄혹사) : 혹은 폄직(貶職)되고 혹은 죽어서

不能自保(부능자보) : 스스로 자기 몸을 보전하지 못하였거늘,

今子以一身犯數忌(금자이일신범수기) : 그대는 한 몸으로서 여러사람의 죄를 범하였는데

僅得竄逐(근득찬축) : 겨우 귀양만 보내고

以全首領(이전수령) : 목숨은 보전하게 하였으니,

吾雖野人(오수야인) : 나 같은 촌사람이라도

可知國家之典寬也(가지국가지전관야) : 국가의 은전이 너그러움을 알 수가 있도다.

子自今其戒之(자자금기계지) : 그대는 지금부터라도 조심하면

庶乎免矣(서호면의) : 화를 면하게 될 것이오.”하였다.

予聞其言(여문기언) : 나는 그 말을 듣고서

知其爲有道之士(지기위유도지사) : 그가 도가 있는 선비임을 알았다.

請曰(청왈) : 그리하여 청하기를,

父隱君子也(부은군자야) : “노인장께서는 은군자(隱君子)이십니다.

願館而受業焉(원관이수업언) : 집에 모시고 글을 배우고자 합니다.”하니,

父曰(부왈) : 노인은 말하기를,

予世農也(여세농야) : “나는 세세로 농사짓는 사람이오.

耕田輪公家之租(경전륜공가지조) : 밭을 갈아서 나라에 세금을 내고

餘以養妻子(여이양처자) : 나머지로 처자를 양육하니,

過此以往(과차이왕) : 이 밖의 것은

非予之所知也(비여지소지야) : 나의 알 바가 아니오.

子去矣(자거의) : 그대는 물러가서

毋亂我(무란아) : 나를 어지럽히지 마오.”하고

遂不復言(수부부언) : 다시 말하지 않았다.

予退而歎之(여퇴이탄지) : 나는 물러나와 탄식하기를

若父者(약부자) : ‘저 노인 같은 분은

其沮溺之流乎(기저닉지류호) : 장저와 걸익 같은 사람이라.’고 탄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