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시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시는 가장 오래된 문학예술의 장르이며 전 영역을 대표하는 개념으로서 현대의 시라는 명칭은 주로 개인의 서정시로서 과거에 비해 축소된 의미의 운문 문학을 가리키는 용어이기도 하다. 한국 현대시사의 좁은 의미의 시는 서정시를 뜻하며 김소월, 한용운, 서정주 등의 시가 대표적으로 해당되며 이와 같은 서정양식의 시 이외에도 다양한 시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해체적 시도를 보여주는 이상의 시가 대표적 사례이고 김춘수의 무의미 시, 조향의 초현실주의적 실험, 황지우시의 몽타주 양식, 탈 서정적인 특성을 지닌 2000년대의 시들이 실험적 계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다양한 특성들을 보여주는 현대시는 하나의 원리로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시는 운문으로 분류되며 인쇄문화가 보편화되기 이전까지 구술 문화 시대가 오래 이어졌다. 기억을 돕기 위해 입말에 반복적 리듬을 실었으며 문자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구전 문화 시대에는 입말의 중요성으로 반복적 리듬을 사용했고 활자 중심의 생활에서는 청각적 리듬이 감소하고 시각적 기호 형식을 부각시켰다. 근대 문학이 보편화된 시기는 서정시로 축소된 시대이고 문학이라는 명칭이 시의 자리를 차지한 낭만주의 시대의 문학은 개인 정서와 감정 표현을 하는 서정시가 자리 잡았다.근대시에서는 행갈이, 연구분, 구두점 표기, 시각적 형태를 중요시했고 한눈에 볼 수 있는 시각적 효과는 인쇄 문화 영향이라 할 수 있으며 짧은 길이에 많은 내용을 압축하는 언어 밀도를 높임으로 시와 산문이 구분되었음을 볼 수 있다.
2. 본론
- 정지용은 대한민국 시인이다.
1903년 충북 옥천의 한 농가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중국과 만주를 오가며 익힌 한의학을 바탕으로 한약상을 경영하며 어느 정도 부를 축적했으나 느닷없이 밀어닥친 홍수로 가세가 기울면서 어린 시인은 옥천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상급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혼자 힘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이 때 4년 가까이 산천과 들판을 돌아다니며 몸으로 겪은 고향의 갖가지 풍습은 감수성 짙은 그의 소년기에 깊이 각인되어 문학에 대한 꿈으로 익어간다. 정지용은 1918년 4월 휘문고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당시만 해도 웬만큼 부유한 집이 아니고서는 서울 유학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정지용의 서울 유학은 그의 뛰어난 재기를 눈여겨본 가까운 친지들의 권유와 도움으로 실현된 것이다.
홍사용 · 박종화 · 김영랑 · 이태준 등은 뒷날까지 그와 가까이 지낸 이 시절의 문우들이다. 정지용은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23년 4월 장학생으로 일본 교토의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과에 들어간다. 도이샤 대학을 졸업했으며 1926년 '학조'창간호에 '카페프린스'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서정주 이용악과 함께 한국시단의 3천재로 불리던 오장환의 스승이기도하다.
감각적이고 선명한 이미지와 간결하면서도 상징성 있는 언어로 시단의 눈길을 끈 정지용은 1933년 김기림 · 이태준과 함께 ‘구인회’에 가담한다.
‘구인회’는 국내에서 최초로 결성된 모더니즘 중심의 문학 모임이다. 구인회 멤버로는 『조선문단』을 통해 등단한 이종명과 시나리오를 쓰며 영화감독을 겸하고 있던 김유영이 순수 예술에 뜻을 같이하는 이태준 · 이무영 · 이효석 · 유치진 · 김기림 · 정지용 · 조용만등이었다.
구인회 멤버이며 모더니즘에 눈을 돌리기도 하였으며 청록파를 등단하게 추천하기도 했으나 1942년 이후 글을 쓰지 않았다. 광복이후 문학 활동은 하지 않았으나 문학외의 글을 투고한 흔적은 남아 있다고 한다. 6.25 전쟁이 발발 했지만 피난길에 오르지 못하고 서울에 남아 납북되던 중 소요산 부근에서 폭격에 휘말려 사망했다는 것이 유력하다고 한다. 정지용과 하께 납북되던 소설가 석인해의 이야기를 소개한 회고록을 통해 알려졌으나 확실한 사인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이제부터 그의 대표작에 대해 탐구해보자.
- 향수 : 섬세한 언어로 빚어 낸 한 폭의 풍경화
가난하고 고단한 삶의 모습과 평화롭고 아름다운 꿈이 서려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는 향수는 각 연마다 후렴구가 반복되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였다. 후렴구는 리듬감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강조하고 동일한 내용을 반복함으로써 시 전체의 통일성을 주고 있다. 각 연마다 고향풍경 인물 행동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시각적인 것으로 파아란 하늘빛. 검은 귀밑머리. 성근별. 흐릿한 불빛. 얼룩백이 황소등과 청각적인 것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 서리까마귀 우지 짖고. 도란도란 거리는 등과 따가운 햇살의 촉각적인 심상과 공감각적인 금빛 게으른 울음, 밤바람 소리 등을 통해 고향의 아늑한 모습을 한층 더 보여주고 있다.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모습의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감각적으로 노래한 향토적인 자유. 서정시로서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5연까지 반복되는 후렴구를 각 연의 경계를 삼아 구분하였으며 향토적인 소재와 지줄 대는, 해설피, 함추름, 서리 까마귀, 실개천, 얼룩 백이 황소, 질화로, 짚 베개등과 같은 시어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하고 토속적인 정감을 주고 있으며 아버지에 대한 회상도 포함하고 있다. 후렴구는 화자의 정서를 제시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집약 되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가로운 넓은 고향 들판에서부터 깊어가는 겨울밤. 아버지에 대한 회상. 꿈 많던 어린 시절. 어린누이. 순박한 아내의 모습. 가난했던 생활. 모든 작은 하나하나가 화자에게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장면들을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고향의 모습들을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은 시골모습 그대로를 그림으로 보는 듯 한 느낌이다.
- 유리창 1 : 자식 잃은 슬픔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다
유리창은 자식 잃은 아버지의 슬픔과 그리움을 유리창을 매개로한 감각적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는 자유시이며 서정시로서 상징적. 회화적. 감각적으로 죽은 어린 자식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의 감정을 절제하며 표현 했으며 모순 어법을 구사하여 시의 함축성을 높였다. 시어로는 열없이, 길들은 양, 파다거린다, 폐혈관등을 썼으며 각 연마다 아이에 대한 그리움, 슬픔, 절망감, 상실감 등이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으며 어린 자식을 잃은 시인 아버지로서 애절한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유리창을 통해 죽은 아이의 영상을 그려보며 허탈감과 상실감을 느끼는 화자의 모습과 외로운, 황홀한 심사라는 역설적 표현을 쓰기도 했다. 자식의 죽음과 둘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며 외로운 감정과 입 김, 별, 언 날개, 산새등과 같은 죽은 아이에 대한 보조적 관념을 통해 오는 감정을 복합적으로 표현했다. 유리창은 밖과 안 둘 사이의 단절된 대상이면서도 만남의 매개체가 된 것이다. '폐혈관''찢어진'을 통해 죽은 자식의 고통을 연상했고 화자의 깊은 슬픔을 탄식소리로 표현하며 일찍 떠난 어린 자식을 떠올리며 슬픔을 억제하려고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유리창2
유리창 1에 비해 직접적인 표현을 하였고 화자의 불안 의식과 밀폐 감을 드러내 보이는 작품이다. 유리창 1에서는 내면적 절제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비해 유리창 2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불안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심리적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3. 결론 : 서로 다른 그리움을 보여 주다.
정지용의 시 향수와 유리창은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지고 많이 읽히어지는 시일 것이다. 정지용의 시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서정적인 시 향수 일 것이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묘사해 놓았으며 청각 .후각 등을 자극하며 모든 감각들이 살아나 화자가 들판 속에 남아 있음이 아니라 독자인 내가 그 시절 함께 하는 듯 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시는 매 연마다 강조를 더하는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으리오라' 는 싯구가 반복되어 있으며 비유,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모든 상징적인 이미지가 다 들어가 있어 이 시를 읽는 누구나 평안함과 싯구 속으로 빠져 들어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 것이다. 유리창과 향수를 비교해보면 둘 다 그리움이 잔뜩 배여 있는 시로서 그리움이란 같은 단어속의 다른 그리움이 들어 있다. 향수의 아련한 추억이 겹겹이 쌓여 있는 행복에 젖었던 풀 내음 나는 향기로운 그리움과 유리창은 애틋한 가슴 아린 그리움으로 가득 차올라 시를 읽음과 함께 가슴 까지 아릿해 같이 울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리고 차가운 그리움이 들어 있다. 화자가 아무 말 없이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 넣고 지우고 밤하늘 속 별을 보고 별이 되었을 것 같은 딸을 생각하고 그 말없음도 같이 가슴 저미는 얼음보다 찬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자식을 잃고 울음을 삼키는 인간의 슬픈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유리창의 투명성과 견고성으로 인해 화자와 죽은 자식 간의 이승과 저승을 분리함과 동시에 두 세계를 연결하는 기능을 하는 다양한 속성을 보여 주기도 한다
향수는 서정시로서 매연마다 반복되는 리듬감이 몇 번이고 되풀이 되었음에도 지루함이 없고 새로움이 있다. 매연마다 감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강조하였고동일한 내용을 반복함으로서 전체시의 통일성을 부여하였으며 그림을 그리듯이 묘사해 펼쳐놓은 그곳에 들어가 앉아 있기도 하고 서성이기도, 바라보기도 하는 독자로 하여금 그곳에 함께 머물게 한다. 시 한편에 어느 시골 한마을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 아름다운 시어와 반복된 리듬감과 생동하는 모든 감각들이 영상매체를 보듯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유리창에서는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이 한 구절에서도 몹시 진한 아픔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아이가 하늘나라로 가기 전 몹시 힘들어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듯한 둥지에서 홀로 떨어진 애기새의 비유처럼 날아보려고 무진장 애를 쓰나 결국엔 힘에 부쳐 날지 못하고 파닥거리기만 하고 끝내 날개를 펴지 못하고 차가운 바닥에서 스러지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듯해 가슴이 시큰 아려온다.'새까만 밤이 밀려가고 밀려와 부디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는 슬픈 마음을 접고자 노력하고 노력하지만 잊을 수 없었고 하늘의 별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별을 가슴에 담아 안은 모습이 투영되었으며 마지막 연에서 '산새처럼 날러갔구나'의 표현은 보통사람들도 무엇을 잃어버렸을 때 흔히 표현하는 방법인 듯하여 조금은 평범한 구절로 보인다. 시인의 더 화려한 시어와 감각적인 언어로 치장했으면 더한 감동으로 남을 것 같다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향수는 그림을 그려 놓은 듯 묘사해 놓았으므로 읽는 것이 크게 어려움이 없었는데 반해 유리창1,2는 함축성과 상징적인 의미들의 시어들로 인해 읽기가 쉽지 않다.
4. 참고문헌
정지용, 『초판본 정지용 시집』, 그 여름
『현대시론』김신정. 오성호. 유성호. 오문석.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