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대문학
※ 교재와 강의를 바탕으로 하여 다음 문제에 대해 각기 2천 자 내외(총 4천 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1) 왕유의 산수전원시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35점)
(2)《홍루몽》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서술하시오(35점)
목차
1. 산수전원시
-소요자적의 관은
2. 시로 쓴 《홍루몽》의 미학
1. 산수전원시 : 은일과 현실도피의 경계
-소요자적의 관은
문화와 문학적으로 모색과 통합이 다양하게 이루어졌던 당나라 초기에는 시의 영역 또한 새로운 시도와 함께 많은 성과를 이루어 냈다.
전원 생활의 즐거움과 산수자연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시의 창작도 많았으며 남북조시대 도잠과 사영운으로부터 시작된 시적 경향을 계승한 산수전원시의 흐름은 당나라 전기 때 불교와 도교의 관념적인 사유와 어우러져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조숙한 천재로도 명성이 높았던 왕유는 당나라 전기 산수전원시의 대표적 작가로 약관의 나이로 과거에 급제하여 중앙정부에 관직을 역임하며 안녹산의 난으로 인해 정치적 어려움에 처하기는 하였으나 원만한 관직생활로 상서우상이라는 재상의 직위까지 역임 했다.차분하고 탈속적인 기풍의 시를 많이 남긴 왕유는 만년에 불교에 귀의하여 여생을 마쳤다.
중국문학사에서는 시불이라고도 불렸으며 시와 그림에 능한 그를 송나라 때 소식은 그를 칭송하기를 시에 그림이 담겨있고 그림에 시가 담겨있다고 했다.
벼슬을 하면서도 장안 근처에 별장을 지어놓고 은거생활을 겸했던 왕유는 시풍 또한 이러한 독특한 생활 방식과도 연관성이 있다.
<過香積寺> <향적사를 지나며>
不知香積寺 향적사는 어디 있는가?
數里入雲峰 몇 리를 걸어 구름 낀 봉우리로 들어간다.
古木無人徑 오래된 나무숲엔 사람 지나는 길도 없는데
深山何處鐘 깊은 산 어디에서 종소리 들려오는가?
泉聲咽危石 샘물소리 높다란 바위에 막히고
日色冷靑松 햇살은 푸른 소나무에 싸늘히 비친다.
薄暮空潭曲 저물녘 굽은 못 고요히 비어 있음은
安禪制毒龍 좌선하여 못된 용을 제압했기 때문이지.
이 시에서 특정한 절을 가리키는 향적사는 고유명사이면서 또한 불법이 존재하는 곳을 상징하고 있지만 작품제목에 절 이름인 향적사가 언급되고 시인인 자신이 향적사를 들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곳 절에 대해서는 아무런 서술도 없다는 것이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소리 없이 흐르는 샘물, 고요하게 비어있는 못, 종소리 등과 같은 간접묘사를 통해 보여지는 주변 풍경은 충만한 불성이 담긴 절의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으며 절이라는 곳이 앞을 알 수 없는 안개 속을 헤메는 나그네 같은 우리네 인생길을 제시해 주는 듯한 공간이기도하다.
샘물소리 마저 가두는 고요하고 청정한 곳 세상에 재앙을 일으키는 못된 용을 제압하는 고승들이 거처하는 평온하면서 장엄한 분위기이다.
시각과 청각에 따른 숲속 풍경 묘사는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샘물소리, 햇살이 비친 소나무 숲은 신선하게 느껴지며 저물 녘 굽은 못 고요히 비어있음은, “편안히 좌선하며 탐욕을 씻어 리라” 라고도 풀이하기도 한다. 못된 용의 이야기는 시인이 이야기를 차용하여 마음에 일어나는 탐욕과 번뇌를 볼 수 있음으로 굳이 절 자체의 묘사보다는 절주변의 묘사로도 참선의 마음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한 뜻으로 보여 진다.
불교 분위기에 감화를 받았지만 문인은 승려가 아닌 관찰자로서 작품의 내용은 참선이나 깨달음을 제시하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주변의 묘사를 통해 깨달음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풍운과 격변의 당나라 말엽과 오대시기에 많은 선비들은 명철보신을 위해 속세를 떠나 은거자로서 소용의 날들을 보냈다.
송나라 때에는 서적 인쇄 기술이 향상되고 서원 건립의 열기로 선비들이 강호에 묻혀 학문세계와 수신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으로 인해 은거의 기풍은 더욱 성행했다.
과거시혐 경쟁률로 인한 도태된 처사로서 일생을 마치는 사람도 늘어났으며 송나라 초기 진종과 같은 왕들은 저명한 은사들을 우대하였고 이에 선비들의 은일이 유행이 된 시대로 선비들의 은일은 명성을 드높이고 자존심과정신적 자유를 누리는 최상의 길로 여겼다.
산수전원시는 은일과 현실 도피의 경계를 지나면서 허망한 인간존재의 현실의 불합리함에 대한 울분을 노래한 높은 문학적 성취를 대표한 당송 시이다.
2. 시로 쓴 《홍루몽》의 미학
《홍루몽》은 사대부 문인 취향으로 아화한 대표적인 소설 작품으로 중국인에게 오늘날까지 인기 있는 고전 소설로서 이 작품의 이름을 따서 ‘홍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형성되고 세계적인 전문 학회가 만들어 질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홍루몽》의 출현으로 중국 고전 소설의 발전이 정점에 듦과 동시에 쇠락에 길로 접어든 이정표이기도 하다.
원작자인 조설근의 생전에도 《홍루몽》의 필사본 형태인 80회분 가량의 《석두기》가 유행 하였고 1791년 조설근의 사후 다시 활자본으로 출간된 작품은 고악과 정위원이 40회를 뒷부분에 덧붙인 120회 분으로 이 판본은 이후 널리 유통 되었다고 한다.
강희제 때 권세가 높았던 조인의 손자인 원작자 조 설근은 유년시절은 부유하고 유복하게 보냈으나 조부 조인의 사후엔 몰락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험난한 인생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유년 시절 경험과 집안의 몰락 후 벌어진 상황을 토대로 《홍루몽》을 창작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연구자들도 많았으나 《홍루몽》의 최종 완성자의 신분과 연관 된 작품의 주제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외형적으로 나타난 《홍루몽》의 구조는 삼중적이다. 첫째는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연결하는 배경을 이루는 신통력을 가진 돌과 신선들에 얽힌 사연들이다. 즉 신통력을 가진 돌이 득도한 승려와 도사의 도움으로 인간 세계의 파란 만장한 삶과 정해를 경험하고 다시 돌로 되돌아간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돌이 집안에서 겪는 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간세계의 드라마로, 이 작품의 중심 축을 이루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 돌은 권세 높은 가씨 집안의 도련님으로 태어나 가보옥이라는 이름을 갖고, 설보채, 임대옥을 비롯한‘금릉의 열두 미녀’와 애증으로 뒤얽힌 갖가지 사건에 휘말렸다가 결국 승려가 되어 출가한다. 세 번째는 왕비를 배출한 집안으로서 막강한 권세를 가진 가씨 집안과 그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가씨 집안에 내재된 부조리와 필연적인 몰락의 과정을 서술한 이야기다.
이 세 가지 층위의 서로 긴밀하게 얽힌 구조 중 어느 것을 중요시 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주제는 다양하게 해석된다.
속세의 삶이란 한낱 환상에 지나지 않는 부질없는 것으로 희노애락 같은 감정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불교적인 상징적 의미로도 해석 될 수 있으며 가문의 몰락을 통한 역사적 교훈을 주는 봉건 왕조를 상징하는 작품으로도 해석 할 수 있으며 또한 한 집안을 둘러싼 복잡한 인간관계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극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작자가 설계한 것으로 독자에게 고도의 사유를 요구하는 문인화 된 작품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작자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한 집안의 이야기보다 내재된 진실한 삶의 모습을 궁극적으로 보여 주고자하는 것으로 전개 과정에서 복잡하게 뒤얽힌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치밀하고 심층적인 심리묘사를 내밀하게 전개하고 있기에 ‘읽는 기술’과 철학적 사유가 독자들에게 요구되는 개인적 독서를 위한 문학작품의 특징이다.
청나라 중엽 《유림외사》와 《홍루몽》이 유행한 시기에 사대부 문인들의 서사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작품의 예술성이 높아지고 문학적 소양도 반영되었다.
《홍루몽》은 배경이 귀족 집안이며 주요등장 인물간의 대화역시 고상한 어휘를 많이 사용하였으며 시, 경전, 역사서의 내용이 인용되기도 했고 백화를 사용한 서술문에도 시적인 묘사를 연상시키는 문장이 사이사이에 들어 있다.
시와 노래가 담긴 《홍루몽》은 세련된 문맥의 흐름과 전체 줄거리를 암시하는 복선 역할도 수행하고 있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적인 감수성과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고 있어 고대 중국의 전통적인 문학 환경 속에서 아속의 융합을 실현한 가장 이상적인 걸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