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그 ..어느날

나 솔 2021. 3. 8. 00:03

며칠전 책을 펼쳐 놓고 읽다가 눈이 아물거렸다.

책볼때에는 두꺼운 돋보기를 쓰고 보아야 하기에 30분이나 1시간 정도 책을 보다보면 시야가 엄청 흐려져 걍 부옇게만 보일 때도 있다.

그런 날에는 잠깐 책을 덮어 놓고는 잠시 밖으로 눈을 돌린다. 베란다에 앉아 화초도 한참 쳐다보기도 하고 베란다 너머 도로를 응시하며 누가 지나 다니는지를 무심히 바라다 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가끔씩은 전화를 들어 여기 저기 돌린다.

받기 싫은  사람들은 안 받을 것이고 덜 바쁜 사람들은 받을 것이다.

요즘이야 폰에 누가 저나하는지 다 알수 있으므로 그 옛날처럼 누구의 전화인지 모를때에는 오는 저나마다 다 받았지만...

그렇게 며칠전 저나를 돌려보려고 저장된 번호를 유심히 살피다가 아주 오랜만에 눈에 띄는 조금은 궁금한 번호를 꾸욱 눌러 전화했다.

신호가 간다. 한번, 두번, 세번......이노메 이쁜 줌마가  안받네 끊어야지하고는 저나기를 접으려 할 때

저쪽에서 저나를 받아든다.

어...저마나...하면서 웃음소리부터 들려준다.

난...잘지낸겨?

어.....나...여기 지금 일산 와있어.

왜...놀러온겨?

아니 아들네 집에 애들 봐 주러 왔어. 나 정년채우고 막바로 올라와서 애 봐주고있어.

그래 그럼 여기 나 있는 곳이랑 별로 멀지 않네.놀러와라.

아니야 니가와. 나 완전 길치라서 아무데도 못움직여...

이줌마가 연세가 몇이여...무신 길치....한글만 알면 오디메든 헤메믄 다 길이여...

아니야 난 전혀 못움직여

gr....ㅎㅎ 고럼 요즘은 폰에 길 갈차 주는 애비한마리 들여 놓으믄 온사방 길안내 잘하두만 고런것 배워서 댕겨유.

나 그래도 못해....니가 놀러와. 나 시골 갈때도 언니가 터미널까지 태워주고 태워오고 그래.

너 시골 언제 갔다왔어?

아니 ...요즘 시절이 하 수상하니 나도 꼼짝마하고 집순이지...

외삼촌,외숙모 안본지도 오래 됐다.건강하지?

건강은 무신 연세가 얼만데.......다 나이 만큼이지 뭐..

(야는 내랑 동갑이지만 내보다는 생일이 한참 빠른 같은동네에 살았던 고모네 집 딸이다)

그래 맞아여 우리도 이제 60중반이잖아.나도 머리도 하얗고 염색도 안했어..너는

다그려유...나도 반백이여

난 혈압약도 먹어.

다그려 이 연세에 간식이라 생각하고 잡숴봐유.

너도 먹어?

아니 먹으라고 혔는디...안먹고 있고 요즘은 병원도 안가봤다우.

그리고 요즘은 돈쓰는데가 병원가고 약국 가는데 밖에 쓸데가 없어, 옷도 안사입고 머리도 안하고...

옛날에는 옷도 많이 사입고 멋도 부리고 했는데...

넌 이뿌니께 멋부려도 돼유..

이 아줌마는 어릴때 참 이뻐서 국민학교 댕길때 같은반이었지만 기억으로 담임 선생마다 이뿌다고 

늘 쓰다듬고 안아주고 한 기억이 난다..또한 즈그 아부지가 같은 학교 선생이기도해서 더욱 그랬을수도 있었지만 야는 정말로 이뻣다..

눈망울은 커다랗고 얼굴은 동그스럼하고 피부는 뽀얗고 오동통한 얼굴에 잘 웃는 야는 시방도 엄청 이뿌다.

난 본디 이쁜옷이 뭔지 별로 그런것에 신경 안쓰고 살아서...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래유. 시방은 우리네 오처넌짜리 몸빼바지 입고 후줄근히 다닌다고 뭐라 할사람도 엄꼬...아무도 안쳐다봐유...ㅎㅎ이 연세에는 병원 약국에 돈 가져다 주고하다가 쪼까 아주 쪼까 더 늙으믄 돈을 뭉텅이로 가져다 줘야하는 요양원으로 가야할껴...ㅎㅎ다 그렇게 살아가는거잖여..

이런 저런 야그로 한참을 수다 떨었다

그러다가 야가 묻는다.

요즘도 시골 친구들 만나?

아니 시절이 이런데 우찌 몬만난다.이시절이 끝나고 만나기를 다들 손꼽는다

그래 나도 지난번에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좋았어.

그때가 벌써 1년 넘었지..다음에 만날 때 나 좀 꼭 댈꼬가. 이제 앞으로 만나봐야 얼마나 만나겠어...하며...

꼭 달고 가라고 신신당부하며...

일산으로 놀러오라한다.

길치는 몬 움직인다고...........................

그려 알았수...내 여그 아그들 꼬득여 달고 갈께...무던히 지댕겨유...

그렇게 한참을 수다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