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욜 공경이랑 데이또
아침을 느지막히 먹고는 점심 시간이 다 할 즈음 공경이랑 동네 한바꾸 하자고
둘은 따땃한 옷을 챙겨 입고는 집을 나섰다.
공경이 요즘도 이 추운 날씨에 철지난 여름 바지를 입고 댕기기에....
다른 바지도 있지만 맘에 드는 바지라며 주구장창 입고 돌아 댕기는 거시 보기 싫어서...
공경아 에미랑 오늘 카드 쪼까 긁어러 갑시다.
내가 긁는다.......공경이 바지 하나 맘에 드는 것으로 사줄께...나가 봅시다.....하고는 손잡고..
집앞 백화점 보다는 쪼가 싼 아울렛으로 갔다.
공경이는 여그 옷을 젤로 맘에 들어 하진 않지만 그려도 가자고 꼬득였다.
그렇게 3.4층을 헤메도 공경이 눈에 차는 거시 엄따.
워쩌겄어유....공경이 옷은 하나 사주고 자픈디..
울 공경이 좋아하는 지하상가로 가얄 것 가따..
가자 부평 지하상가로.............그렇게 전철 멫 정거장을 타고는 지하 상가 도착...
가끔 가던 집으로 먼저 발길 옮겨 두루 살피더니 마메 드는 거이 있다고 서너번 옷을 갈아 입어 본다.
그 중 두어개 사려고 했으나 하나는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걍 하나만 사고
다른 집 더 둘러보고 하나 더 고르려고 했으나 그리 마땅치 않아
걍 발걸음 돌려 집에 갑시다 하고 나오려는데...
나도 눈에 띄는 옷하나 눈에 들어온다.
어...개안네.....대충 거울보고 몸에 갖다 얹어 보았더니 개안타.
그려 싸니께 나도 하나........
그렇게 공경이랑 둘이서 옷 하나씩 사서 들고는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다시 전철을 탓다
점심 시간이 쪼까 지났다.
공경 ...엄마 배 안고파유?
아직은유....너는 배고파유?
아니 ...나도 아직......요.. 그래도 뭘 먹어야지유.
그건 그려유
뭘 먹을까유?
오빠랑 같이 고깃집 가유
그럽시다.......고럼 집에 있는 오빠 한테 문자 해봐유...곧 집에 갈거니까.....밥먹으러 가자고....
알써유
(아들놈이 지난 여름 휴가를 쓰지 않아 지난 주부터 10일간 휴가여서 짧은 여행 다녀 온 후 집에 있었다)
고렇게 집에 와서는...공경이 ...
오빠나 옷샀어, 이뿌지....봐줘잉.....
아들놈 본척 만척 고개만 끄덕........
얌마 에미도 옷사따....
잘했어유..
얌마 배 안고파 밥먹으러 가자
어디루요?
지난번 갔던 집 개안은 것 같던데.....
그려유 가유,,,,,,
고렇게 지난번 가서 쪼까 맛있게 먹었던 집이라고 또 찾아 들었다.
저녁 시간도 아니고 쪼가 어정쩡한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눈에 보이질 않는다.
일단은 자리를 잡고 앉아 고기를 시키고.....
숯불이 들어 오고 상차림이 시작되고 시킨 고기가 들어 온다.
헌디...어찌 상차림이 휑하다.
지난번하고 달라 진 듯 하다.너~~무 썰렁이다.
고기는 구워지고...
밥을 시키고 된장찌게를 아그 들이 시켰다.
고기를 절반 정도 먹었지만 공기밥은 올 생각도 아니 한다.
쪼까 기분이...하면서.....띵동 눌렀더니...줌마 삐꿈 들여다 본다.
여기 밥은요??? 했더니...공기밥만 덩그러니 두개 들고 온다.
찌개는요?
지금 끓이는 중이라고....
또 그렇게 밥을 반은 먹었는데도......찌게는......뭐이가 이래.....기분 쪼가 상함.
또 띵동....줌마 그제야 찌게 들고 나타난다.
무신 찌게를 얼마나 마니 끓이기에......특별하기에.....
걍 흔한 뭐 만한 뚝배기 된장찌게를....
고렇게 기분 상해 가믄서 대충 먹고는............일어섰다.
집에 오는 길 내가 중얼 거렸다.
담엔 여그 다씨 오지 말자
지난번에는 쪼까 친절하고 맛도 개안키에 왓는데 오늘은 우짜....................
친절도 놀러 가꼬 ...맛도 그닥...........
그러자...공경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그러게 엄마 지난번에 강화 가다가 먹었던 그집으로 가쟀잖아..
얌마 이시간에 우찌 강화까정 가유.
담에 날잡아 갑시다요.
글면서......옛날 썰을 쪼까 풀었다.
호랭이가 궐련 한대 물고 있을 시절 야그를 해대따.
엄마가 말이여.....그시절 춀리 첫 아들 낳앗다고 봐 줄 사람 엄따는 파발 받고는
내 그때는 지베서 조까 뭣 좀 하느라 아침도 안먹고 요리 죠리 뛰믄서 일 급히 마쳐놓고...
울 아들놈 댓 살 먹은 거 달고는 전철 두어번 갈아타고 한시간 넘게 병원으로 달려가서
밤 늦은 시각 9시까정 병원에 머물다가 ...배가 그야말로 등가죽에 가서 척 들러 붙은 거슬
억지로 떼어내려고 10시쯤 집에 오는 길 식당 찾아 들었으나 식당 문 연 곳이 없었는데...
이리 저리 찾아 헤메다가 한곳 아주 허름한 냉면집이 막 문을 닫으려 하는 것을
아들놈이랑 나는 배를 채우고져 억지로 한그릇 얻어 먹었는데...
시상에나 뭐이가 이런 맛있는 거이 또 있을 까???
그 때만 해도 아들놈 비쩍 골아서 밥먹기 싫어 하던 놈이 말도 없이 막 먹어 재꼇다.
완죤 대박 이었다.
아니 천국이믄 이 어찌 더 행복 일까나...
나와 아들놈 배를 가득 채웟시니......
냉면을 사발째 들이키는 것을 보고 주인 아자씨가 노란 주전자에 국물 담아서 더 가져다 주기에...
그 국물을 또 거의 다 먹고는...............그제야 정신이 들었고..
그 다음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 어떤 집 냉면이 그렇게 맛있다고 엄청 광고를 해대고 돌아 댕겻는디.....
글고는 그 몇해 후 그 맛을 못잊어 그집을 찾아 찾아 들어 냉면을 시켰는디............
에고머니나......에고머니나....시상에나..시상에나........
맛이 엄써도 너~~무 맛이 엄따.
시상에 고렇게 맛엄는 집은 내 생에 첨이 엇음을.....................ㅎㅎ
고때서야 지대로의 깨달음이 왔다................ㅎㅎ
원효대사의 해골박지 물이 월매나 달콤한지를.......................
그려유 배고프믄 다~~맛있어유......ㅎㅎ
밥 먹으러 오디메를 가든.... 맛있게 먹으려면 종일토록 굶고가야한다.
고런 깨달음을 야그하믄서 ...
아그들아 우리 담에 외식 할때는 전날부터 굶다가 갑시다.......하고 제안혀따.